■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라는 소설의 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글은 첫 문장의 힘으로 써간다고 하는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다룬 블랙코미디답다. 더군다나 죽음의 당사자인 아버지는 빨치산 경력을 가진 사회주의자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배척과 금기의 대상이었던 '빨갱이' 아버지가 한 인간으로서 참모습은 어떠했는지 장례식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얽히고섥힌 사연들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아버지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을까? 정지아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 솔직한 심정으로는 엄청나게 끌렸던 책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지금 내 나이 때의 또래가 그렇듯 아버지와의 친분이 그렇게 살가운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가들 중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시민 작가의 추천으로 우연히 보게 되었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구매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아버지의 황망한 죽음으로 시작하여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찾아오는 조의 하러 오는 손님들과의 살아생전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추억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 추억이라는 게 시간순이 아니고 '관계'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아버지의 이야기들이 둘쑥날쑥이지만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빨치산'이라고 역사는 지금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이지만 그들의 역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생생히 그들의 경험을 듣는 건 또 달랐다.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와 별개로 '아버지'로의 역할을 어떠했는지를 보면서 때로는 웃음이 나오고 때로는 가슴 한편이 찡해짐을 느꼈다.
"필자가 전하는 '나의 아버지'로의 마지막 고백" 이게 이 '아버지의 해방일지'책이 전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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