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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땅의 야수들

우선 한국계 미국인의 김주혜 작가는 9살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미국에서 살면서도 한국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집필하게 된 '작은 땅의 야수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었고, 한국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어 6년이라는 기간 끝에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기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 아직까지도 흔히 쓰이는 그 말이 과연 일제강점기에도 적용될 지 궁금했었는데, 일제강점기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가난 때문에 기생이 되어야만 했던 옥희. 옥희의 주변 인물들은 독립 운동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옥희는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어떤 독립 운동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독립 운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중한 친구가 3.1 만세운동 때 붙잡혀 옥사했다는 사실 때문에 일본군에게는 몸도 마음도 내주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삶을 살아온 옥희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립 운동이 아니었다. 옥희는 나라의 상태에 개의치 않았다. 눈 앞에 닥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데에만 열중했다. 옥희는 견습기생으로서 열심히 춤을 배우고 노래를 배웠다. 극단 사장의 눈에 띄어 배우가 된 다음에는 배우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 옥희는 다가오는 사랑에도 충실했다.

 

독립 같은 건 상관 없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데 충실한 인물은 옥희 뿐만이 아니었다. 반드시 성공해서 가난을 물리치는 것을 삶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한철. 하나뿐인 딸에게 최선의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기생 월향.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과 연이어 사랑에 빠지다 끝내 타락해버린 연화. 물려받은 부와 재산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성수.

 

우리 민족에게 일제 강점기는 참으로 뼈아픈 시기였다. 아직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분노가 치솟을 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험난한 시절에도 사람이 살았다. 일제강점기도 사람이 살았던 시대였고, 그 시절에도 각양각색의 꿈과 목표를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는 지금과 완전히 동떨어진 섬 같은 시대가 아니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옥희의 삶은 편안함과는 멀었다. 하지만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어온 옥희는 나이가 들어서 삶이 견딜만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험난한 시대를 버텨온 옥희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신뢰가 간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이 살 만한 것이었다고 평한다면, 나의 삶도 지금의 고통을 충분히 견딜 만한 것이지 않을까?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